윤엽이의주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9-06 (토)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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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깔린 사람 2005/10/05

 

 

 

 

논부라 어르신은 호박 어르신이다.

엇그제다.

아래동네 논부라 어르신의 6촌형님이라는 어르신이 호박을 몽땅 경운기에 실었다.

가시면서, 호박 몇통 줄까 하시는데 섬찟 놀랬다. 

고무바를 감은 경운기가 투덜 투덜 길 끝으로 사라질때

비 갠 하늘에 주먹을 내지르며 야호 했다.

끝났다.


 

 

 


 

한달전쯤인가 싶다.

나갔다 왔는데 문앞 오른쪽에 호박이 있었다.

그때는 좀큰 애 호박 이였다.

누가 갔다놨지 부녀회장님이신가 했다.

그 다음날 호박한통을 들고 문앞에 서계신 분이 있었다. 논부라 어르신 이셨다.

“호박이 그냥 있네 된장에 넣먹으면 맛있는데” 하셨다.

어 어르신이 가져다 노신거예요? 아 그러셨구나 고맙습니다. 저 된장 찌게 되게 좋아하거던요  잘먹을께요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호박을 호박 옆에다 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자는데 개가 짖어 나가보니

논부라 어르신이 이슬 젖은 호박 한통을 들고 서운한 표정으로 서 계셨다.

호박 두통이 문 오른쪽 구탱이 어제 그 자리에 고대로 있었던 거다.

호박을 받아 들며 “우와 호박이다. 사실은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모두 호박전을 붙여 먹기로 했거던요 좀 모자를뻔 했는데.. 우와 좋다 고맙습니 .우와”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랫더니 논부라 어르신께서 “호박전 좋지” 하고 금방 표정이 밝아 지시고 가시는가 싶었는데 꾸부정한 허리로 길가에 두었던 호박 한통을 더 가져 오셨다.

“우와 고맙습니다. 야호 오늘은 호박 파티다.” 햇다.

그리고 어르신이 돌아가신 다음 호박 네통을 부엌 쌀통 옆으로 옮겨 놓았다.

사실 요즘 밥을 잘 안 져 먹는다.

해먹어도 그렇지 그 큰 호박 한통을 된장 찌게에 모두 넣을수도 없고 남은 호박을 매번 일일이 냉장고에 보관한다는것도 좀 그랫다.

그렇다고 기쁘게 가져다 주신 것을 사양할수는 없었다.

돈이 되지 않는 농사 일를 뻔히 알고 노인은 그저 당신이 느끼시는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어 주시는 것인데 그것을 마다 한다는 것이 좀처럼 뻣뻣하지 않고서야 가능하지 않앗다.

다음날 논부라 어르신집 앞에서 차창을 열어 인사를 드리는데 차를 세우는 손짓을 하셨다.

어제 호박전 잘 먹었냐고 물어 보시는 거셨다. 아 예 너무 잘먹엇죠 호박이 맛있어서 난리 였죠 고맙습니다.하고 없었던 말을 했다. 그랫더니 몹시 기뻐 하시면서 잠깐만 하시고 집안에서 호박 한통을 들고 나오셨다. “된장찌개에 넣먹어 맛있어” 하셨다.

“우와 고맙습니다.” 하고 조수석에 호박을 앉히고 수원까지 가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오른손으로 잡아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거의 매일 문 오른쪽 구퉁이에 조간 신문처럼 호박이 놓아져 있었다.

일요일도 없었고 호박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점점 자라 점점 커지고 점점 무거워 졌다.

그것들을 부엌으로 방으로 창고로 분산해 옮겨놓고 언제 들이 닥칠 논부라 어른을 대비해 안보이게 놓거나 덮어 놓고 밤에는 어떤건 베고도 잤다.

그리고 작업실을 방문한 누구에게나 호박을 싸주엇다. 그렇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치우는 것 이라는걸 눈치 깟는지 모두 반갑고 흔쾌이 받지는 않았다. 

한두번 받아 간 분들은, 아직 남았는데.. 하거나 좀더 작은 것 없어요 하면서 둘러 말씀들을 하셨다.  더구나 날짜가 좀된 호박은 누구에게도 줄수가 없어 처치를 고민해야 햇다.

우리는 모두 호박이 필요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급기야 땅까지 파아 묻는 상상을 했지만 하루에 두어번 내집앞을 다니는 논부라 어른에게 그 광경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 어른이나 나나 존재의 필요성 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도래 할지도 모른다. 하루에 한통 어쩔땐 두통 세통 까지 늘어나는 호박을 정말 못된 짓 이지만 그것을 밤에 난로에 넣어 때기도 했다. 호박을 태우기 위해 마른 장작을 뽀개고 연통 청소 까지 하면서 말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호박을 볼때마다 나의 정신적 고통은 우글탕 쭈글탕 그러햇다. 매일아침 새 호박은 그 고통을 먹고 코끼리 만큼 마구 커져 있었다.

그 큰 호박들을 삐쩍 마르고 허리까지 휜 논브라 어른은 무슨 생각과 무슨 힘으로 매일 매일 나의 집으로 져 나르시는지 정말 내가 그 많은 호박을 맛있게 먹고 있다고 믿고 계신지 호박을 두고 흐믓하게 돌아 가시는 논부라 어르신의 뒷모습을 창문에 숨어 몰래 보면 약이 오르면서 한달가량 집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엊그제 대낮에 논브라 어른이 또 호박 한통을 들고 오셨다.

누런 핵폭탄처럼 보엿다.

우와 호박이다. 하고 밝게 웃을려 햇지만 웃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호박 한통이 끝이아니라 풀섶에 세통이 더 있엇다.

도무지 모라 할말 없이 난감햇다.

커피한잔을 대접하면서 호박말고 다른애기 없나 배애 대한 애기를 꺼냈다.

“어째 올핸 배 파셔서 돈 많이 버셨어요?”

“사람들 품값 주고나면 벌긴 몰 벌어 다 까치 새끼들한테나 좋은일 하는 거지”

“배 맛잇던데요 저도 배 한상자 사야겠어요” 했더니

“사긴몰사 내려와 실컫 줄게 그리고 이제부터는 배 한상자 사는 사람들에게 호박 한덩이씩 서비스로 줘야 겠어” 하시는 것이다. 허걱.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데를 봤다.

그리고 논부라 어르신의 6촌 형님이신 어르신이 그의 아들과 경운기를 끌고 오 신 건 그 다음 다음 날 이였다. 

비가 왔고 비가 그쳐 하늘이 최대로 파랬다.

소가 새끼를 뱃는데 소 에게 보신용으로 먹이기 위해 호박을 따러 오신 거였다.

순간 그 말씀이 어찌나 반가왔는지 그만 먹던 커피가 풉 하고 내뱉어 졌다.

몽땅 다 따 가시라고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고 나의 낫 까지 싹싹 날을 세워 빌려 드리고 논두렁을 왔다 갔다 신 이 났다. 혹시 한통이라도 두고가나 싶어 작대기로 일일이 풀섶을 해집엇다. 그리고 한덩이도 안떨어지게 경운기에 바까지 꽁꽁 메어 주었다.

길끝으로 사라지는 경운기를 끝까지 서서 보았는데 그날밤 그 경운기가 되돌아와 나의 마당에 그 많은 호박을 몽땅 부리는 꿈을 꾸엇는데 일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만큼 호박들은 그 정도 였다.

그날 아침 나의 문 오른쪽 구퉁이에 호박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꿈이 아니였다.

건너 산아래 빈 호박밭이 보였다.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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