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엽이의주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6-25 (토) 12:42
홈페이지 http://www.yunyop.com
ㆍ추천: 0  ㆍ조회: 2510      
IP: 59.xxx.201
남갱이에서
 
 

콩을 그릴일이 생겼었다.

콩이야 널린게 콩인데 맨날 보는게 콩인데

그냥 그렸다.

그랬더니 의뢰했던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콩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단다.

콩을 콩으로 그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절하시게도 몇장의 콩사진과 몇장의 정밀한 콩그림을 보내주셨다.

그걸보면서 아하 콩이 이렇게 생겼구나 라고 나는 깨우쳣다.

하지만 그걸보고 콩을 그리지는 않았다.

진짜 콩들이 우리집 앞에 뒤에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콩앞에 서니 콩에게 부끄러웠다.

내가 그저 콩이려니 했던것과는 전혀 딴판이였고

어느날 할아버지 손에서 땅으로 쏙박힌 그작은 콩은 무거운 땅덩어릴 뚫고 싹을 튀우고 줄기를 만들고 줄기가 또 줄기를 만들고 잎을 만들고 꽃을 튀우고 정확하게 다시 그콩으로 자라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작은 콩은 하루도 쉬지않았구나.

그렇게 쪼그려 앉아서 보고 있는데

“거 남에 콩밭에서 모하는거여”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콩을심은 그 할아버지셨다.

"콩이 어떻게 생겼나 쳐다보는건데요"

"쳐다봐서 뭐하게"

"그냥요"

"할 일도 없는갑다. 쓰잘머리없이 그리고 그콩이 무슨콩인지나 알고 보는거여"


 

해가 쨍쨍했다. 뻑하면 나를 무시하는 어르신이셨다. 순간 머리가 하해졌다.

내가 콩이름중 아는거라고는 강낭콩밖에는 없다. 강낭콩이 이렇게 생겼을것 같지는 않았다.

갑자기 내가보도듣도못한 서리태라는 이름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잽싸게 주워서 "서리태요 이거 서리태쟎아여" 그랫더니

"뭐? 서리태? 난리가 났군 난리가 났어 큰일이여 큰일 말셀세 말세야 "하시는거다.

"왜여?서리태 아니예요?"

"난리가 났어 난리가 났어 말세야 말세" 쯧쯧

"뭔데요? 무슨콩인데요?"

"말세야 말세 큰일이여 큰일" 쯧쯧

쯧쯧은 어르신이 내 자존심을 밟으실 때 내는 소리인데

그 쯧쯧을 가지던길을 가시면서도 연달아 쯧쯧하시는데 뱃속깊이 욱하는게 계속치밀어 오르는걸 꾹꾹누르면서

"저기요 어르신 제발 저게 무슨콩이냐고요?"

"말세여 말세 강낭콩도 몰러 강낭콩 저밭두 강낭콩 저기저밭도 강낭콩"

"뭐요? 강낭콩이요 이게 강낭콩이라고요"

맥이탁 풀렸다.

강낭콩이라고 그럴려고 했는데 강낭콩이라고 그럴껄.

그렇구나 강낭콩이구나

저밭두 강낭콩 저기저밭두 강낭콩 그렇구나 강낭콩이구나

난 강낭콩을 몰랐구나

강난콩 이라고그럴껄 내가 왜 보도 듣도못한 서리태라고 했을까

왜 갑자기 서리태란 이름이 뚝떨어진걸까.


 

자책을하면서 집에 돌아왔는데

가만생각하니 그어르신이 부러웠다.

강낭콩을 모르면 난리가 나는세상

강낭콩을 모르면 말세인세상

어르신은 그런 세상에 살고 계신거였다.


 

강낭콩도 모르면서 쓸데없이 복잡하게 해깔리게만 자라고 있는 세상에서

배우고 잘난 사람들이 그토록 노력하는 단순한 삶을 그저 당연하게 살고 계시지 않은가.

이름아이콘 물사람
2011-07-08 02:34
이윤엽 아저씨의 글을 오랜만에 들어와 훔쳐보다가
또 키득키득 웃다가 역시 울림이 윙윙 남아
문득 카페에 올려서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졌어요.
비밀이 아니라믄, 보여줘도 되쥬? ^^;
   
 
  0
3500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49 땅이랑 관리자 2017-09-25 712
448 내혀 관리자 2017-06-28 820
447 이윤엽 展 [1] 관리자 2015-03-07 2599
446 집으로 가는 길 [3]+2 관리자 2013-08-29 2957
445 감자심기 관리자 2013-04-02 3330
444 크리스마스 관리자 2012-12-25 3014
443 백일홍 관리자 2012-07-21 3228
442 그림책을 냈습니다. [5]+4 관리자 2012-07-17 7913
441 겨울나무 [1] 관리자 2012-01-18 4922
440 김규항선배랑 이바구 [2] 관리자 2011-12-27 4181
439 빨대 관리자 2011-11-29 3235
438 인권선언과 송경동시인과 추운날씨 관리자 2011-11-26 2580
437 이소선 어머니 [2] 관리자 2011-09-08 7938
436 마을대청소 관리자 2011-08-26 2562
435 찐드기 관리자 2011-08-24 3013
434 남갱이에서 [1] 관리자 2011-06-25 2510
12345678910,,,29